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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희동민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3-1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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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운운하더라는 퇴근해서 눈에나 옆에는 시간이 뭐야?[서부원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시위를 벌이는 한 지지자가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새긴 태극기를 들고 있다.


    ⓒ 권우성




    올해 3.1절엔 아파트 베란다에 걸린 태극기를 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국경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모기지업체 그래도 3.1절과 광복절이면 베란다마다 드문드문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어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다. 국경일엔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걸 법 조항처럼 여겨온 세대여서다.

    태극기 배지를 가방에 매달거나 붙이고 다니던 아이들도 근래엔 보기 힘들어졌다. 요즘 아이들에게 태극기는 애국심의 표상이라기보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었 상여금 다.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나 가방이 유행이었고, 야외 행사 때 태극기 문양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말 그대로, 태극기 전성시대였다.
    "괜히 오해할까 싶어서 일부러 떼어 냈어요."
    가방에 열쇠고리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한 아이는 태극기 액세서리들을 얼마 전 죄다 처분했다고 한다. 보통 헐값에라도 친구 상여금이란 들에게 팔거나 선물하는데, 사거나 받겠다는 경우가 아예 없었다며 그냥 버렸다는 거다. 개중에는 태극기 문양의 필기구와 호루라기 등 쓸만한 것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요즘 들어 그는 "너 '태극기 부대'냐"라거나 "이왕이면 성조기도 함께 달라"는 조롱을 심심찮게 받는다고 한다. 친구들끼리의 장난 섞인 말이지만, 하도 자주 듣다 보니 여간 찜 적금과 예금 찜한 게 아니라는 거다. 예전엔 디자인이 예쁘다거나 잘 어울린다며 부러움을 샀지만, 이젠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자유와 애국이라는 말이 오염됐다







    벤처인


    ▲  한 외국 쇼핑 사이트에서 파는 'ROKA(Republic Of Korea Army) 티셔츠. 티셔츠 뒷면에는 KOREA ARMY라고 적혀 있다.


    ⓒ ebay




    지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로 아이들에게조차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덩달아 'ROKA(Republic Of Korea Army)-티'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까지 전국 고등학생의 평상복이자 체육복으로 불렸던 티셔츠다. 현역 군인들이 입던 생활복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소비된 것이다.

    'ROKA-티'나 얼룩무늬 옷을 입고 다닐라치면, 대번 '석열이 형' 편으로 낙인찍힌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탄핵 반대 집회에 가보면 군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여럿이다. '전우회'라는 이름을 내건 깃발을 들고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낀 초로의 남성들이 사실상 집회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로, '석열이 형'은 요즘 아이들이 윤 대통령을 호칭하는 방식이다. 그들 중 열에 여덟아홉은 그렇게 부른다. 기성세대에겐 비아냥처럼 들릴 테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석열이 형'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기획한 웹 예능 프로그램(석열이형네 밥집)에서 등장한 용어다.
    이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되면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호칭이 됐다. 그들이 느끼기에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이력에다, 거칠고 투박한 말투와 마초 같은 몸짓에 가장 부합하는 호칭인 셈이다.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겐 긍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비상계엄 당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로 난입한 장면을 본 뒤, 군이라고 하면 누구든 계엄군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군의 최고 지휘관들의 한심한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아이들조차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수호한다는 국군을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조롱을 넘어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태극기와 국군뿐 아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온 가치들조차 봉변을 당하고 있다. 이제 '자유'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기 께름칙한 단어가 됐다.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기자회견과 경축사 때마다 입버릇처럼 자유를 외쳐왔다. 자유라는 단어를 빼면 아예 문맥이 연결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젠 자유가 민주주의라는 말조차 오염시키는 수식어가 됐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민주주의는 좌파 용어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우파 용어라고 단정하는 아이들이 있다.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니냐며, 그들의 민주주의와 구별 짓기 위해서는 앞에 자유라는 단어를 꼭 붙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반면에 자유를 '극우'와 동일시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자유라면서, 외국인이 듣는다면 윤 대통령이 '자유의 수호신'처럼 느껴질 법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정당의 이름에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개는 극우 정당이라는 나름의 근거를 대기도 한다.
    한 아이는 자유가 '극우의 폭력성을 감추는 가면' 같은 거라고 단언했다. 일단 자유라는 말을 끌어다 붙이면 누구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민주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가 훨씬 더 자유로운 것 같고, 폭력적 시위에도 자유라는 수식어를 쓰면 정의롭고 적법한 행동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언어도단일지언정 그렇다는 거다.
    그의 말을 엿듣기라도 한 걸까.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을 저지른 폭도들을 대변하는 한 변호사는 폭동을 '자유 운동'으로 명명했다. 사법 기관을 물리적 폭력을 사용해 점거하고 판사를 붙잡아 처단해야 한다고 악다구니 쓴 이들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두둔한 거다.
    "우연히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지나가다가 '애국 청년'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어요."
    자유와 함께 치도곤당한 대표적인 단어는 '애국'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반대 집회는 사실상 어르신들의 '독무대'였지만, 지금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얼추 네다섯 명 중 한 명이 청년 세대일 정도로 젊어졌다. 혹자는 탄핵 반대 집회가 인기 극우 유튜버와 기독교 신도를 중심으로 꾸려지다 보니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느닷없이 '애국 청년'이라는 칭찬을 들은 그는 '탄핵을 반대하면 애국자고, 찬성하면 매국노인가?'라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단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애국가마저 순간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고작 '내란 수괴를 위한 구명 운동'을 거창하게 애국으로 포장한 저들의 인식이 우스꽝스럽다면서도, 애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척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유에 이어 애국이라는 숭고한 단어마저 극우 세력이 독점해 악용하는 양상이다. 숫제 두 단어를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언론에서도 그들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쓰면서 편견을 공고화하고 있다. '애국 청년'을 '자유 청년'과 마구 혼용하면서 자유와 애국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거다.

    이름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파면돼야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단식 농성장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금융-사무노동자 시국선언대회'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 질서를 위협한 사법부 침탈을 '국민 저항권 행사'로 제멋대로 규정하고, 폭동을 '항쟁'으로 높여 부르는 이들에게 '언어'를 빼앗겼다. 우리말로도 모자라 영어까지 그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의 이름부터 'Save Korea'다.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뜻인데, 기실 그들이 구하려는 건 윤 대통령이며, 나아가 그들의 기득권이다.

    '공정'과 '상식'의 개념이 더럽혀진 건 이미 오래고, '자유'와 '애국'의 가치조차 훼손되어 말 꺼내기조차 민망한 시절이다. '아닌 밤중 홍두깨' 같았던 비상계엄으로 군의 명예는 실추됐고,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이 됐다. 이 모든 게 2년 반 남짓의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요컨대, 난맥상인 단어들의 '정명(正名)'을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서둘러 파면되어야 한다. 계엄령을 옹호하기 위해 '계몽령'이라는 신조어까지 지어내는 기괴한 현실에서, '이름을 바로잡는' 일만큼 시급한 건 없다. 이러다 국어사전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이들의 낯 뜨거운 조롱에 기성세대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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