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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희동민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25-01-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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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과 사의 최전선에 오래 있다 보면 삶을 통달하게 되는 걸까. 20여 년간 암 환자를 치료하고 종양을 연구해온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의학과 역사, 자전적 에세이를 넘나든다. 특히 죽음을 사유하는 시선이 무척 담담하다.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 삶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를 깨닫는 순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일관되게 강변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죽을 때까지 항암 치료를 하는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완치가 어려운 4기 암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고 독한 항암제를 쓰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 때문에 말기 암 환자의 ‘죽음의 질’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잦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암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길 제안한다. 암과 공존하자는 주장이다. 암이 더 커지지 않도록 억제하면서 조금 더 오래 살아가는 전략이다.
    호스피스(특수요양원) 완화 의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곳’이란 게 저자의 관점이다. 한국은 해마다 암으로 숨지는 이들이 8만 명 안팎이지만 이 가운데 호스피스 이용 환자는 23%에 불과하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다. 죽음을 인생의 일부로 보자는 조언이다. 암과의 공존을 택했을 때 오히려 삶의 질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처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남은 생을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고 권한다.
    저자는 죽음을 ‘경계의 소멸’이라고 부른다. 살아있는 동안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던 몸의 경계가 죽음으로 허물어진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누구나 맞이하는 필연이기도 하다. 말처럼 쉽지야 않겠지만, 차분히 음미할 대목이 많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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