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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희동민
    댓글 0건 조회 255회 작성일 25-02-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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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싸더라도 꼭 입수하세요. 명품입니다.”
    ‘1974. 7. 13.’ 날짜가 선명히 찍힌 편지에는 고미술 수집가 윤장섭(1922∼2016) 당시 성보실업 사장이 자문을 구한 3개 유물에 대해 최순우(1916∼1984)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밝힌 의견이 달필로 적혀 있다. 최 관장은 구입을 권하는 유물에는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특히 ‘청화백자매죽문호’는 동그라미가 두 개나 쳐져 있고 ‘가짜 아닙니다’ ‘꼭 입수하세요’ ‘지정 후보가 될 만합니다’ 개인회생필요서류 등 구입을 강력 권하는 문구가 연이어 적혀 있다. 윤장섭은 최 관장의 조언대로 동그라미가 쳐진 유물을 구입했고, 동그라미 두 개가 쳐진 청화백자매죽문호는 1984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한국의 대표적 사립박물관이자 문화유산의 보물 창고인 호림박물관이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호림명보(湖林名寶)’전을 한다. 국보 8건 16점, 보물 54건 sh공사 59점, 서울시유형문화유산 11건 12점 등 100여점의 명품이 나왔다. 1982년 개관한 호림박물관의 설립자이자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호림 윤장섭이 평생 수집한 국보와 보물이 총출동한 것이다. 국가 지정문화유산과 서울시 지정문화유산이 한꺼번에 나온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윤장섭의 수집 인생에는 ‘개성 출신 3인방’ 선배들 변액보험원금 이 함께한다. 미술사학자 최순우, 황수영(1918∼2011), 진홍섭(1918∼2010)이 그들이다. 윤장섭은 개성공립상업학교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 상과를 졸업해 미술에는 문외한이었다. 1969년 그가 운영하던 서울 소공동의 무역회사 성보실업에 최순우 황수영이 찾아와 월간 ‘고고미술’ 발간 비용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흔쾌히 잡지 후원을 맡은 게 고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채용 술 수집 인연으로 연결됐고, ‘개성 출신 3인방’은 고미술품을 구입할 때 자문가 노릇을 했다. 특히 최순우와는 70년대 초반 유물 구매 과정에서 주고받은 편지가 200통 가까이 된다.



    박물관 설립자 호림 윤장섭이 청화백자매죽문호 구입과 관련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에게 디즈니 체크카드 자문을 구하며 주고받은 편지. 호림박물관 제공


    최순우가 강력 추천한 15세기 ‘백자청화매죽문호’는 드물게 뚜껑까지 남아있는 귀한 것이다. 당시 중간 상인이 분위기를 눈치채고 비싸게 2억원을 부르던 가격을 최종 4000만원에 샀다. 그때 서울 외곽의 집 20∼40채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외부에서 전시할 때 대관을 요청하는 1순위 유물이다.
    수집은 1971년 상감청자 한 점을 구입한 게 처음이었다. 이후 수집 유물이 늘어나 1982년 박물관을 개관하기에 이른다. 컬렉션은 현재 도자기, 서화, 전적류 등 1만5000점에 달한다.
    “영구보존 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서 기금까지 가지고 관리비와 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진열실은 가지고 상시 공개한다.”
    1975년 3월 24일자 일기에는 이처럼 박물관 설립 구상이 담겼다. 그저 모으기만 하게 아니라 박물관을 세워 수집품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고 감상의 기쁨을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호림 컬렉션 가운데 가장 먼저 74년 국보가 된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왼쪽)과 백자주자로는 유일하게 국보인 '백자주자'. 호림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시기별로 유물을 보여준다. 1974년에 호림 컬렉션으로는 처음으로 국보로 지정된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으로 도입부를 연다. 국보 편병은 국내에 딱 2점이 있다. 제1전시실에서 1980년대에 지정된 국보와 보물, 제2전시실에서 1990년대∼2000년대에 지정된 국보와 보물, 제3전시실에서는 2010년대 이후 지정된 보물 및 서울시 유형문화유산과 함께 앞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국보와 보물 후보를 보여준다. 과거 최순우 관장이 ‘괜찮습니다. 흠도 없는 것 같고 사두십시오’라고 했던 조선 중기 절파 화가 ‘이경윤 화첩’은 현재 문화유산 지정 심사에 올라가 있다.
    호림박물관은 고미술 컬렉션에서 간송미술관과 쌍벽을 이루는 사립미술관이다. 간송 전형필(1902∼1962)이 일제 강점기 사재를 털어 문화유산 유출을 막았다면, 호림 윤장섭은 해방 이후 그 바통을 이어받아 문화유산 지킴이 노릇을 했다. 간송에 비해서는 도자기 컬렉션이 강하고, 회화에서는 불교미술이 앞선다. 유일무이한 국보 ‘백자주자’, 보물 ‘청자 상감국화문 병형주자’ 등 도자기 명품을 대거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국보 ‘백지묵서묘법연화경’ 권 1-7(국보)는 조선 세종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것인데,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황수영과 최순우의 제안으로 1970년대 초에 재일동포 소장가로부터 윤장섭이 직접 환수했다. 당시 한 푼도 깎지 않았다. 팔만대장경 제작 이전에 제작한 초조대장경은 100여축을 소장하는 등 국내 최다 소장처다. 7월 26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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