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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희동민
    댓글 0건 조회 204회 작성일 25-03-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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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새로 태어났다가 쓰임을 다해 늙고 병들어 가던 건물이 인생역전, 아니 건생역전(建生逆轉)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때 양곡 수탈을 목적으로 세워진 곡물 창고가, 냉전의 산물이던 벙커가, 그리고 산업화 시대 심장부에 자리하던 공장과 시설물이 흉물로 전락했다가 용도 변경으로 전혀 다른 삶, ‘인생 2회 차’를 살기도 한다. 인생 2회 차는 원래 인생을 한 번 살아본 것처럼 능숙하고 의연 전세복비계산법 한 태도를 보일 때 하는 말이지만, 두 번째 인생, 새로운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대의 뒤안길에 방치돼 있다가 ‘문화 재생 공간’ ‘건축 자산’이라는 이름으로 재평가받으며 인생 2회 차, 봄날을 맞은 공간들을 찾아갔다.
    ◇1973년생 벙커의 환생
    “예전에 여기를 ‘귀신 굴’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어. 가까이 가면 금리동향 누가 잡아간다고 소문이 나서 이 앞을 지나기 무섭다고 했는데, 이렇게 들어와 볼 줄 누가 알았겠어!”
    지난 13일 딸과 함께 전주시 동완산동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를 찾은 전주 시민 이경애(67)씨는 격세지감이라며 연신 감탄했다. 이날 젊은 커플, 가족 관람객도 많았지만 이씨처럼 60~70대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몇몇 남성 관람객은 전 산와머니 캐릭터 시관을 둘러보며 군 시절 ‘벙커 괴담’을 나누기도 했다.
    쓸모를 잃었던 지하 벙커의 인생 2회 차는 실감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의 환생이었다. 봄의 시작과 함께 지난 5일 완산칠봉 자락에 개관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1973년 전쟁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군경 지휘 시설로 지어진 완산벙커를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되살린 공간이다. 완산벙커는 개인회생 수임료 대출 연면적 3178㎡, 높이 3~5m, 길이 280m 규모로, 복도를 기준으로 10여 개의 방이 연결된 개미굴 형태의 지하 방공호였다. 2005년 전북특별자치도청이 효자동으로 이전하면서 본래 용도를 상실한 뒤 한때 고구마 저장고로 쓰였다가 2014년 그마저도 완전히 폐쇄됐다. 이후 퇴역 수순을 밟는 듯하던 벙커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 공간 문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소서 항목 재생 기본 계획 수립 연구 대상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며 다시금 ‘봄날’이 찾아왔다. 기존의 벙커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해 미디어아트 전시·체험 시설로 재개관한 것이다.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입구 담벼락에 '접근엄금'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냉전 시대 접근엄금이었던 공간은 이색 체험장으로 환생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1973년생 벙커가 지나온 세월은 외관에 역력하다. 입구의 낡은 담벼락에 ‘접근엄금’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끼로 뒤덮인 양쪽 벽면엔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긁은 듯한 치기 어린 낙서가 문신처럼 남아 있다. 울창한 삼나무 숲 아래 요새처럼 자리 잡은 벙커 안으로 들어서면 우주여행의 시작이다. 멀티버스(다중 우주) 세계와 연결된 비밀 공간을 콘셉트로 해 벙커 내 10개의 방이 가상의 우주로 안내한다. LED 패널과 거울의 반사 효과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의 문’은 화려한 색감에 둘러싸여 기념사진을 찍기 좋다. 영화 ‘아바타’ 속 한 장면이 떠오르는 ‘두 개의 세상’을 지나면 ‘시간의 강’을 건넌다. 마지막 방인 ‘포털’엔 52년 된 낡은 환기구가 기다린다. 완산벙커가 있던 시절의 숨구멍 역할을 했던 환기구는 태양계와 연결된 포털(portal)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입었다. 이 공간을 끝으로 관람객이 현실로 돌아온다는 설정.



    완산벙커는 개미굴 형태의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비상 시 작전 회의 등을 위해 만든 10개의 방은 우주여행 콘셉트로 한 체험장으로 변신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미디어아트지만 빛이 완전히 차단된 실제 벙커에서 만나는 영상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난 5일 관람객들이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의 테마 공간 중 하나인 '차원의 문'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52년 완산벙커의 숨구멍이었던 낡은 환기구.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미디어아트 체험장에선 태양계와 연결된 포털(portal)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입었다.


    1시간 정도 관람 후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시 현실 세계 ‘체크인’이다. 산책 나온 동네 노인이 느릿느릿 지나가며 내부 사정을 모르는 듯 “뭘 이런 곳(벙커)을 돈까지 내고 들어가서 봐?” 묻는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원이다. 일대는 현재 ‘전주 완산칠봉 한빛마루공원 조성 사업(힐링 캠프 지구)’이 진행되고 있어 다소 어수선하다.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전주남문시장, 풍남문, 전동성당 등을 거쳐 전주한옥마을에 닿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완산벙커와 전주한옥마을을 오가는 셔틀을 운영(정오~오후 1시 제외)한다.



    전주남부시장 옛 원예공판장 건물은 지난해 4월 문화 콘텐츠 플랫폼 '문화공판장 작당'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개방형 공간은 남부시장 청년몰과 전주한옥마을 등을 여행하는 이들에겐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 문화공판장 작당


    완산벙커에서 걸어서 10분, ‘피순대’ ‘물갈비 해장국’ 등 시장 맛집이 몰려 있는 전주남문시장에도 새 삶을 얻은 공간이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문화공판장 작당’은 옛 원예공판장을 공연과 전시, 행사를 여는 문화콘텐츠 플랫폼으로 되살렸다. 전주한옥마을과 남문시장 청년몰을 이어주는 동선에 개방형 공간으로 자리한다. 전주 주요 축제와 연계해 연 10회 크고 작은 전시와 행사가 열린다. 전주남문시장 야시장이 열릴 땐 이따금 버스킹 공연 무대가 되기도 한다. 평소 대관과 문화 쉼터로 운영한다.
    ◇카세트테이프 대신 ‘예술’ 생산하는 공장
    벙커가 냉전의 산물이라면 폐공장은 산업화의 산물이다. 한때 산업단지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가 문을 닫은 공장들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해 지역 명소로 등극하기도 한다. 완산벙커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썬전자’ ‘쏘렉스공장’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팔복예술공장이 있는 팔복동은 1969년 전주 제1산업 단지가 준공된 이후 전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중심지였다.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며 국민의 ‘귀 호강’을 담당하던 공장은 음원과 MP3 등장 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 25년간 방치돼 온 공장은 문화 재생이라는 심폐 소생을 거쳐 2018년 3월 ‘예술 놀이터’ ‘창작 공간’으로 변신했다.



    산업화 시대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은 문화·예술 놀이터이자 창작 공간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팔복예술공장'으로 자리 잡았다. 새봄을 맞아 그라피티 작가가 낡은 담벼락에 새 옷을 입히고 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팔복예술공장'은 지역 주민들과 창작가들이 함께 꾸며 나간다. 공장 건물은 하나의 거대한 공공 예술 작품 같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팔복예술공장'에선 숨은 보물 찾기 하듯 낡은 공장을 장식한 설치 예술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연면적 6001㎡의 부지는 폐공장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 예술 놀이터, 그림책 도서관 등으로 활용하는 B동과 창작 스튜디오, 전주문화재단, 전시장 등이 들어선 A동으로 나뉜다. B동은 폐공장 건물을 그대로 살렸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 전시관, 놀이터다. 설치 예술 작품이 볼거리.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노출 벽면은 새봄을 맞아 알록달록한 색감의 생동감 넘치는 나비 그라피티로 채워졌다. 카세트테이프 조형물, ‘쏘렉스’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공장 굴뚝은 이색 포토존이 되어준다. 전시실에선 입주 작가들의 전시(무료 관람)가 이어진다. 이팝나무꽃 개화 시기(4월 말~5월 중순)에 맞춰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이팝나무 철길’이 근처에 있다. 화창한 봄날엔 팔복예술공장과 함께 나들이 명소로 인기다.
    팔복예술공장에서 차로 10여 분 북쪽으로 달리면 완주 ‘삼례책마을’ ‘삼례문화예술촌’과 만난다. 삼례책마을은 일제강점기 ‘삼례농협’의 창고로 지어졌다. 한 세기를 견뎌낸 건물의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각종 도서로 채워 지역 주민들에게 지식 창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맞은편 양곡 창고였던 삼례문화예술촌 건물 벽면엔 ‘삼례농협’ 글자가 선명하다.
    ◇‘우수 건축 자산’ 등록된 근대 정수장
    일제강점기 양곡 창고에 이어 가볼 만한 곳은 옛 조치원 정수장이었던 세종 조치원읍 ‘조치원 문화정원’이다. 이달 초 인근에 있는 ‘조치원1927아트센터’ ‘장욱진 생가’와 함께 국토교통부 ‘우수 건축 자산’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교통부 '우수 건축 자산'에 등록한 '조치원 문화정원'의 야외 공연장 너머 정수장의 수조가 이곳의 정체를 알린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조치원 정수장은 1935년에 준공해 조치원읍 일대에 상수와 조치원역 증기기관차의 운행에 필요한 물을 공급했던 국가의 주요 시설이었다. 2013년 4월까지 장장 78년 동안 인근에 있는 조천의 물을 끌어올려 정수하는 역할을 했다. 폐쇄 후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돼 문화 예술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의 정원으로 탈바꿈하며 2019년 7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방했다.



    본캐(본 캐릭터) '조치원 정수장'이었던 '조치원 문화정원'엔 근대 정수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물을 저장했던 곳은 '샘'이라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물 대신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시간의 흔적으로 채우고 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 공간 '샘'으로 가는 통로도 물을 저장했던 곳이다. 낡은 벽면과 따스한 조명이 어우러져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주택가 안쪽에 자리한 조치원 문화정원에 들어서면 거대한 하늘색 수조부터 보인다. 조천의 공용수를 침전시키고 여과하던 시설들이다. 당시 침전기는 3000톤, 급속 여과기는 5000톤의 물을 정수할 수 있었다고. 물이 텅 비어 있는 수조는 이따금 미디어아트 스크린이나 설치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침전·여과 시설 아래엔 제어실·약품투입실, 그리고 물을 저장했던 시설이 자리한다. 4m 높이까지 물이 차 있던 공간은 전시 공간 ‘샘’이란 이름이 붙었다. 작품 전시와 소규모 음악 공연장으로 쓰인다. 녹슨 배수관, 관리자가 오르내렸을 사다리뿐 아니라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해진 벽면도 있는 그대로 두었다. 건물의 인생이 오롯이 느껴진다. 하지만 방치돼 있던 시기엔 처참했다. 이곳의 콘텐츠 관리와 위탁 운영을 맡은 이정주 두잉지프로젝트 대표는 “대청소를 하던 중 이불 등 노숙자가 살았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조치원 정수장'의 기계실이었던 자리엔 지난 1월에 카페가 들어섰다. 붉은 벽돌의 근대 건물엔 '甘泉流如藍'(감천류여람) 현판석도 그대로 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터'란 이름을 붙인 '조치원 정수장'의 기계실 건물. 정원은 개방돼 있어 야간에도 주민들의 산책로로 애용된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조치원 정수장'의 기계실 자리에 문 연 '카페트윗_조치원정수장'. 2층은 마치 우물가에 앉은 듯 조적조 형태의 좌석으로 꾸며놓았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조치원 문화정원 건축물의 중심이 되는 ‘터’는 1935년 완공된 정수장의 본부 건물, 기계실이다. ‘조치원 정수장’ 간판과 함께 ‘감미로운 샘물이 흐르며 푸른 하늘을 품고 있다’는 뜻의 ‘감천류여람(甘泉流如藍)’ 현판석이 눈에 들어온다. 터 건물엔 복합 카페 문화 공간인 ‘커넥트윗_조치원정수장’이 들어서 있다. 정수장의 변전실이던 공간은 야외 공연장이 됐다. 붉은 벽돌로 마감한 터 건물을 비롯해 조치원 정수장 시설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정수장 시설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치원 문화정원은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과 공간문화대상에서 각각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세종 우수 건축 자산 등록을 기념해 이달 말까지 조치원 정수장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정원에 흐르는 시간의 흔적’전을 연다. 조치원 문화정원 내 모든 시설은 누구나 대관(유료) 가능하다.
    조치원 문화정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엔 1927년 ‘산일제사’ 공장으로 설립해 ‘한림제지’ 공장 등을 거쳐 복합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조치원1927아트센터’가 있다. 차로 20분 거리에도 옛 연동면사무소를 장욱진 화가 콘텐츠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민 ‘연동문화발전소’가 있으니 간 김에 들러볼 만하다.



    세종시의 또 다른 '우수 건축 자산'인 '조치원1927아트센터'는 한림제지 공장을 문화 재생 사업을 통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카페 안쪽으로 옛 공장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공연, 강연 등 다목적 공간으로 쓰인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조치원1927아트센터' 한쪽에 남아 있는 옛 공장 시설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전국 각지에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인생 2회 차를 사는 건물, 시설은 대부분 서민을 품어주거나 일상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공간들이다. 낡고 허름한 건물의 주름을 찬찬히 살펴보라. 보일 것이다. 우리들이 치열하게 살아낸 근현대가, 다시 돌아온 봄날이.
    [ 교도소였다 문화 공간으로, 폐교였다 천문과학관으로 ]



    2000년 폐교한 '강후초등학교'는 '심은미술관'을 거쳐 지난해 5월 '강화천문과학관'으로 재탄생했다. 학교의 옥상엔 주관측실이 들어섰다. / 강화군


    새봄 맞은 이색 재생 건축 & 시설들
    죄를 짓지 않고서는 들어가 볼 수 없던 옛 교도소도 문화 공간으로 새로 문 열어 올해 첫봄을 맞이한다. 지난 12월에 임시 개관한 전남 장흥 ‘빠삐용ZIP’(빠삐용집)은 1975년부터 2014년까지 약 40년간 교도소로 운영된 옛 장흥교도소를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장흥교도소 이전 후 최근까지 ‘본캐’를 살려 영화 촬영 장소로 활약했다. ‘더글로리’ ‘밀수’ ‘슬기로운 감빵생활’ ‘모범택시’ 등 100여 편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익산교도소세트장과 달리 실제 장흥교도소의 시설을 살린 것이 특징. 민원봉사실이 있던 자리엔 장흥교도소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관이 들어섰고, 1950년대 접견실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시설 점검과 영화 촬영 일정 등으로 정식 개관은 5월 예정이다.
    1945년에 ‘하점공립 국민학교 강후분교’로 개교해 2000년에 폐교한 인천 강화군 강후초등학교도 문화체육관광부 ‘유휴 공간 문화 재생’ 사업지로 선정돼 지난해 4월 ‘강화천문과학관’으로 다시 문 열었다. 일대는 수도권인데도 빛 공해가 적어 천체 관측 동호인들 사이에서 관측 명소로 알려진 지역이다. 500㎜ RC 반사망원경 등을 갖춘 과학관에선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8m 원형 돔의 천체투영관, 인터랙티브 미디어 영상을 만날 수 있는 실감 전시실 등을 짜임새 있게 꾸몄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자원회수시설이었다가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유명해진 '부천아트벙커B39'.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유휴 공간 문화 재생’ 사업을 통해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전국 37곳(2월 기준)이다. 쓰레기를 소각하던 자원 회수 시설이었다가 업사이클을 주제로 한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부천아트벙커B39’, 40년간 폐쇄석장이었다가 에메랄드 빛 인공 호수를 품은 관광지로 거듭난 동해 ‘무릉별유천지’ 등 폐산업 시설들도 있지만, ‘강화천문과학관’처럼 농촌 인구 감소나 중심지 이동으로 쇠퇴했다가 다시 생명력을 얻은 공간도 있다. 근현대기 농촌 지역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충남 서천 판교면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 역시 문화 재생 사업을 통해 새봄을 맞는다. 다시 피어나는 재생의 계절에 한 번쯤 가볼 만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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