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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희동민
    댓글 0건 조회 181회 작성일 25-03-0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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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용백돼지국밥에서 내는 뽀얀 국물의 밀양식 국밥. 진하고 무거운 국물 맛이 인상적이다.


    따끈한 국밥을 한 그릇 놓고 느지막한 봄을 기다린다. 봄에 마주하는 국밥은 김을 풀풀 내서 안경을 흐리고야 마는 겨울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아지랑이처럼 온기를 주고 환절기에 부족한 허기를 메우는 보신책이다. 이밥에 고깃국, 한국인의 밥상엔 정석이 아닌가? 국밥의 나라, 대한민국엔 많은 국밥이 있지만 이번엔 돼지국밥이다. 설렁탕이나 곰탕, 육개장 등 소고기로 끓인 국밥은 익숙할 터이니 돼지국밥에 초점을 맞췄다. 게다가 최근 국내외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니 시의적절하다. 돼지국밥 하면 으레 경남과 부산을 떠올린다. 국민들이 머릿속에 그린 국밥 지도에는 경남(부산) 화폐환산 돼지국밥과 경북(대구) 소고기국밥이란 공식이 형성되어 있다. 이젠 누가 뭐래도 향토 음식으로 지역색을 띠고 있다. 어째서 그럴까. 돼지고기로 끓인 국밥이 딴 곳에는 없었을까?



    형제돼지국밥 ‘불꽃국밥’


    얼핏 생각해 텔레마케팅 도 상당히 많다. 맛과 구성에서 차이가 있지만 지역마다 장날에 먹는 국밥은 보통 돼지로 끓였다. 전남 순천 웃장에도 있고 담양 창평에도 오래전부터 유명한 집이 많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제주도 그렇고, 옛날부터 국거리로 돼지고기를 쓰는 경우는 전국적으로 아주 흔했다. 농사에 쓰는 소를 함부로 잡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부산 경남이 돼지국밥 교육과학기술부 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름 탓인 듯하다. 부산에서는 ‘돼지고기 국밥’이 아니라 조금은 낯선 ‘돼지국밥’이라 부른다. 소고기국밥을 ‘소국밥’이라 부르지 않듯, 타 지역 사람들에게 부산의 ‘돼지국밥’은 낯선 이름이었다. 타격감(?) 있는 ‘돼지국밥’은 부산, 경남의 음식이라는 각인 효과로 이어졌다. 이게 제법 그럴듯한 분석이다.
    경남조흥저축은행그럼 돼지고기 국밥과 돼지국밥의 차이는 없을까? 차이가 분명하다며 강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든 음식에는 지역별 특징이 있으니 그리 흥분할 일은 아니다.) 특히 부산 사람들의 돼지국밥에 대한 자부심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지지만큼 대단하다. 하지만 사실 소고기국밥도 그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수백 군데가 넘는 부산 돼지국밥집의 요리법은 천차만 sbi 모델 별이다. 뽀얀 사골 육수를 우리는 집, 살코기로만 맑게 끓이는 집도 있고, 내장과 순대를 넣는 집도 있다. 심지어 대대로 육수엔 소 사골을 쓰고 돼지 살코기를 고명으로 얹는 비법(?)을 고수해 온 노포 식당도 있다.
    돼지의 뼈와 살코기를 오래 우려낸 국물에 여러 고명과 양념을 얹고 밥을 말아낸 음식이 돼지국밥이다. 정의는 이렇지만 실제론 무수한 진화 발달을 거듭해 온 음식이다. 부산 경남 사람들은 저마다 입맛에 맞는 국밥집이 하나씩 있다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맛의 돼지국밥이 있다. 심지어 먹는 방식도 다르다. 부추 무침을 얹을 때도 있고 양념장이나 새우젓으로 맛을 더하는 이도 있다. 접시 수육과 국밥을 따로 내는 ‘수백’(수육백반) 등 기호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옥동식 ‘돼지곰탕’


    원래 곳곳에 있던 음식이니 굳이 원조를 따지는 것도 이상하지만 시장이 넓은 부산이 돼지국밥의 ‘메카’란 것만큼은 분명하다. 어디가 원조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밀양에서 처음 시작해 부산에 전래했다는 이야기와 부산 자생설, 피란민 영향설 등이 있다.
    밀양 자생설은 밀양시가 적극 주장하는 것으로 1938년 무안 장터에서 공식적으로 팔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 돼지국밥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밀면의 유래처럼 6·25전쟁 때 부산에 내려온 이북 출신 피란민이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있다. 2018년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한국의식주생활사전 식생활 편’에는 부산으로 피란 온 이북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퍼뜨린 돼지국밥이 경상도 고유 음식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써 이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산 자생설 역시 비슷한 내용이긴 하다. 6·25전쟁 중 인구와 물자의 집합지였던 부산에 전국의 장사꾼들이 몰리며 시장이 발달하자 이들에게 맞춘 적당한 끼니거리가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돼지국밥이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부산에 돼지국밥집이 가장 밀집되고 그중엔 밀양집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개중엔 함흥에서 배를 타고 내려와서 처음 시작했다는 이들도 있으니 모두 맞는 말인 듯. 이런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지금 아주 다채로운 돼지국밥 메뉴를 만들어 냈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부산과 경남을 떠나선 돼지국밥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음식의 맛 또한 높다.
    따지고 보면 모두 돼지국밥일 수 있지만 순대국밥과는 선을 긋는다. 대개 순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다. 하지만 순댓국집에선 순대 빼고 달라면 그렇게 내주는 곳도 많다. 국물을 낼 때 내장 부위의 유무로 따지는 일도 있지만 돼지국밥집에 내장국밥(섞어국밥) 메뉴를 두는 곳도 적지 않으니 이도 합당하지 않은 구분법이다. 일반적으로 내장 부위나 머릿고기보다는 살코기가 좀 더 많이 들어 있으면 부산식 돼지국밥으로 보는 견해가 들어맞는다.



    신창국밥 ‘북한식 돼지국밥’


    전남 순천 웃장 등에서 볼 수 있는 국밥은 콩나물을 넣어 맑고 시원하게 끓인다. 여기서도 그냥 국밥이라 부르면 대부분 돼지국밥을 뜻한다. 육수에 살코기와 내장, 머릿고기를 넣는 대신 사골은 잘 쓰지 않는다. 강원은 돼지 척추뼈를 넣은 감잣국을 곧잘 끓여 먹는데 맛은 돼지국밥과 많이 다르다. 국물 형태가 가장 비슷한 곳은 오히려 제주 고기국수다. 제주에서 고기라 하면 돼지고기를 기본으로 치니 고기국수는 곧 ‘돼지국수’인 셈이다. 제주 향토음식 중에는 돼지고기 국물에 모자반 등을 넣은 ‘몸국’이나 ‘접짝뼈국’ 같은 일종의 제주식 돼지국밥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맛있는 돼지국밥을 내려면 잡내 없고 진한 풍미가 우러나게 육수를 우리는 기술은 물론, 살코기도 야들하게 잘 삶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요즘은 양 많이 주는 집보다 육수 맛이나 고명의 삶은 정도가 돼지국밥 맛집의 기준으로 세워져 있다. 특히 냄새에 민감한 이들에겐 돼지국밥이란 약간의 문턱이 존재하는 음식이다. (이름에서 벌써 손사래를 치는 이들도 있다.) 소고기로 끓이는 설렁탕에 비해 돼지의 풍미가 센 탓이다. 요즘 돼지국밥집 중에는 처음부터 육수에 양념해서 내는 집도 많으니 저변이 대폭 넓어졌다.
    관광객이 많은 도시 부산 방문을 통해 전국적으로 소개돼 향토요리로서 단단히 자리를 꿰찬 돼지국밥은 외국인 입맛도 잘 공략하고 있다. 특히 돈코쓰(豚骨) 라멘을 즐기는 일본인들로부터는 아무런 거리낌이나 주저함 없는 인기 메뉴가 됐다. 하카타(후쿠오카의 지명)의 돼지 사골육수 라멘 맛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돼지국밥을 아주 자연스럽게 즐긴다.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국계 방한 관광객에게도 돼지국밥이 알려져 찾아 먹는 메뉴가 됐다.
    의외로 서양인의 취향에도 돼지고기 국물 문턱이 낮은 모양. 대신 맑은 수프처럼 끓인 것이 인기다. 돼지국밥을 투명할 정도로 맑게 끓여낸 것이 바로 ‘돼지곰탕’이다. 국내는 물론이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도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요즘 인기가 많은 메뉴다. 지난해 미국 현지 언론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시내 레스토랑 대표 메뉴 중 최고 요리 8선을 발표하면서 2023년 진출한 한식당 ‘옥동식’의 돼지곰탕을 꼽았다. NYT는 한국인도 낯설어할 ‘돼지곰탕’ 메뉴에 대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면서 “하지만 특별한 날에 먹으면 더 좋다”고 찬사에 극찬을 더했다. 덕분에 국내에도 ‘맑은 육수의 돼지국밥’을 취급하는 집이 부쩍 늘었다.



    세월이 흐르면 입맛도 변한다지만 돼지국밥의 경우는 예사롭지 않은 그림이다. 옛 세대의 입맛이 새로운 세대에 고스란히 ‘상속’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형식이 등장해 함께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맛이며 경제성에서 이젠 돼지고기 국물이 한식 고깃국의 대표 지위를 차지할 날도 머잖아 보인다.
    꽃샘이 기승부린대도 뜨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 눈앞에 놓아두노라면 벌써 든든해진다. OTP 단말기 숫자처럼 변덕스러운 환절기 날씨쯤이야 끄떡없이 견딜 에너지를 그 옹색한 뚝배기 속에 꽉꽉 담았으니 말이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먹을까
    ◇형제돼지국밥 = 맑은국밥, 뽀얀국밥, 불꽃국밥, 마라국밥, 돼지구리(돼지국밥 육수에 끓여낸 너구리), 돼지칼국수에다 갓 지어낸 솥밥까지. 그야말로 돼지국밥 백화점이다. 70년 가까이 3대째 영업해 온 노포다. 평안도 출신 할머니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상호처럼 손자 형제가 운영 중이다. 광안리에도 직영점이 있고 곧 서면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밀키트도 판매 중이다. 부산 남구 용소로13번길 29-1.
    ◇신창국밥 = 일명 ‘까만 국물집’ 부산 토성역 인근 신창국밥 본점은 이른바 북한식 돼지국밥을 내는 집이다. 사골을 슬쩍 고아 국물이 뽀얗지 않고 맑다. 대신 삼겹살과 앞다리살, 순대 등을 넣고 된장과 생강 양념을 해 갈색이 난다. 이 국물에 십수 번 토렴하며 밥알에 진한 국물이 배게 하는 수고를 들인다. 국제시장에서 20년, 이곳으로 옮겨 30년 이상 영업한 노포다. 부산 서구 보수대로 53.
    ◇밀양집 = 부산 부평동 시장을 50년 이상 지켜온 돼지국밥집이다. 하루 종일 우려낸 사골과 머릿고기, 내장 등을 넣은 진한 육수에 밥을 토렴해서 낸다. 다진 양념장과 마늘을 섞고 부추 무침을 올려 먹으면 끝이다. 머릿고기에서 우러난 젤라틴 성분이 진하게 느껴진다. 존득하게 씹히는 식감을 위해 미리 살짝 꺼내 놓은 살코기는 두툼하다. 내장국밥과 섞어국밥으로도 주문 가능. 부산 중구 중구로47번길 35.
    ◇옥동식 = 미국과 영국에서 요즘 예약하기도 어렵다는 국밥집 옥동식이다. 원래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시작했다. 일명 ‘돼지곰탕’이다. 버크셔K 흑돼지를 오래 끓여 맑고 투명한 국물을 냈다. 기름과 거품을 싹 걷어내 담백한 가운데 지극한 감칠맛이 난다. 한 술만 떠도 바로 진한 풍미가 느껴지고 얇게 저며낸 고기는 졸깃하다. 이러니 외국인도 반할 수밖에.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44-10.
    ◇엄용백돼지국밥 = 서울 한복판에서 돼지국밥의 모든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서울에는 드문 편이라 돼지국밥 손님을 거의 싹 훑어가는 집이다. 다소 외진 골목에 위치했어도 점심시간이면 늘 기나긴 줄을 드리운다. 기본 엄용백국밥을 진하게 또는 맑게 고를 수 있다. 이 외에도 밀양식과 부산식을 구분해 주문할 수 있으며 내장(오소리감투)의 유무마저 취향대로 결정할 수 있다. 수육과 순대, 오소리감투 수육 등 곁들임 메뉴도 다양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3길 20.
    ◇밀양돼지국밥 = 돼지국밥이라면 밀양을 빼놓을 수 없다. 터미널 옆에서 오랫동안 밀양식 돼지국밥의 자존심을 지켜온 집이다. 가마솥을 놓고 하루 종일 김을 펄펄 날리며 수육을 삶아 육수를 낸다. 사골 국물에 살코기와 내장을 진하게 우려낸 국물인데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살코기와 내장, 이 둘을 섞은 국밥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순대와 수육 등 안줏감으로 곁들일 메뉴도 있어 술 손님도 제법 많다. 경남 밀양시 북성로 28.
    ◇돼국라면 = 국내 최대 관광도시인 부산의 향토 음식이니만큼 ‘라면화’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펀딩을 통해 탄생한 라면인데 돼지와 소 사골 분말에 새우젓 분말 수프와 매운 ‘청양 다대기’ 양념 수프를 첨가해 뽀얀 돼지국밥 맛을 낸 봉지 라면이다. 기본적으로는 진한 사골 풍미의 국물 맛이 나는데 여기다 새우젓 수프나 청양 수프로 짠맛과 매운맛을 취향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부산에 가면 관광지에서 살 수 있고 못 간다면 온라인에서 구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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