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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뭔가 속은 기분이네요. 즉석밥 용기를 설거지하듯 열심히 씻어서 분리배출했는데,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했다니…”
즉석밥을 매일 먹는다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였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 즉석밥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용기의 재활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15년 2200억원에서 2024년 5297억원으로 성장했다. 성장 배경은 간편함과 개선된 밥맛이다. 백미 외에 진도 주식
다양한 ‘건강식’ 제품이 등장한 영향도 크다.
다만 즉석밥 용기의 재활용 여부에는 논란이 뒤따른다. 시장 성장과 별개로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탓에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문제는 작년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복합 재질’ 때문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E1 주식
은 “즉석밥 용기는 복합 재질로 만들어져 플라스틱 용도로 ‘고품질’ 재활용에 한계가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즉석밥 용기를 다시 ‘원래’ 용도로 재활용하려면 즉석밥 용기만을 따로 수거해야 한다. 애써 모아도 재질별로 분리하는 공정을 추가해야 한다. 결국 비용의 강남아줌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국장은 “즉석밥 용기의 주재질은 PP(폴리프로필렌) 소재”라며 “(전자레인지 조리로) 일반 PP보다 열에 강해야 하기 때문에 내열재나 산화방지재를 첨가하고, 일부 제품은 내면에 코팅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저품질’의 재활용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 국인터넷신천지
장은 “즉석밥 용기를 물류 팔레트, 플라스틱 화분, 빗자루, 의자 등으로 재활용하더라도 수요가 제한적이고 재활용 원료 가격이 낮아 경제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했다. 재활용 업체는 오히려 처리 비용을 요구하거나 소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대부분의 즉석밥 용기는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불태워진다.


매장판

서울 마트 내 즉석밥 [뉴시스]


실제 즉석밥 용기를 살펴보면 재활용 표기가 ‘기타(OTHER)’로 적혀 있다. 2개 이상의 플라스틱 재질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여부는 이처럼 ‘플라스틱 재질 분류 마크’로 확인할 수 있다. 재활용 용이성이 높은 순서는 페트(PET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염화비닐(PVC),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그리고 ‘기타(OTHER)’ 순이다. 재활용이 가장 어려운 것이 ‘기타’ 재질이다.
‘기타’ 재질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도록 권고된다.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더라도 선별 과정에서 골라내 일반쓰레기로 소각한다.
즉석밥 용기의 재활용 문제가 논란되자 제조사는 일부 장소에서 용기를 직접 수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과 업소에서 쏟아지는 용기를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다.
환경단체들은 기업과 환경부가 ‘복합 재질’의 폐플라스틱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업의 복합 재질 사용 최소화를 위해 생산자책임제도(EPR) 강화, 재활용성을 높인 용기 개발, 폐플라스틱 분리수거 시스템 보완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국장은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서 제품 생산량에 비례한 재활용 의무 이행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PR은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생산자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업의 노력도 요구된다. 그는 “내열성을 유지하면서 단일재질이 가능한 무코팅 PP용기 개발 등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며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에 대한 사전평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이를 모르고 구매하는 것도 문제다. ‘매우 낮은 재활용 용이성’을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구매하는 것은 다르다. 서 국장은 “즉석밥 용기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사례를 알려 소비자가 재활용이 어려운 상품 구매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 1463만톤 중에서 ‘기타 합성수지’는 43만톤으로 집계됐다.